4% 룰의 유래와 한계 — 트리니티 스터디 이야기
게시일 2026-07-18
"연간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은퇴할 수 있다"는 4% 룰, 어디서 나온 숫자일까요? 생각보다 오래된 연구에서 출발했고, 알고 나면 왜 그대로 믿기보다 참고 자료로만 써야 하는지 이해가 됩니다.
시작은 1994년, 한 재무설계사의 논문이었습니다
4% 룰의 원조는 1994년 미국의 재무설계사 윌리엄 벤겐(William Bengen)이 발표한 "과거 데이터를 이용한 인출률 결정"이라는 논문입니다. 그는 1926년부터의 미국 주식·채권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, "첫해에 자산의 몇 %를 인출하고 이후 물가상승률만큼 늘려가며 인출해도 30년간 자산이 바닥나지 않는가"를 검증했습니다. 그 결과 가장 나쁜 경우(대공황 직전 은퇴)에도 4.15%까지는 버틸 수 있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.
유명해진 건 1998년 '트리니티 스터디' 덕분입니다
벤겐의 연구를 이어받아, 1998년 미국 트리니티 대학교의 교수 3명(쿨리, 허바드, 왈츠)이 더 다양한 자산 배분 조합으로 다시 검증한 논문을 냈습니다. 이게 바로 트리니티 스터디이고, "4% 인출률이 30년 기준 95%의 확률로 성공했다"는 결론 때문에 지금까지도 은퇴 계획의 대표적인 기준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습니다.
근데 몇 가지는 감안하고 봐야 합니다
- 30년 기준 연구입니다. 트리니티 스터디는 은퇴 후 30년을 기준으로 검증했는데, 40~50대에 조기 은퇴하는 FIRE족은 은퇴 기간이 그보다 훨씬 길 수 있습니다.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낮은 인출률이 안전합니다.
- 세금과 수수료가 빠져 있습니다. 원 연구는 세금 없는 계좌를 가정했기 때문에, 실제로는 세금까지 감안하면 순수하게 쓸 수 있는 금액은 더 적어집니다.
- 과거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. 20세기 미국 시장의 역사적 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결과라, 앞으로도 똑같이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.
그래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
4% 룰은 정교한 미래 예측이 아니라, "대략 이 정도는 모아야 한다"는 감을 잡는 참고 기준으로 활용하는 게 현실적입니다. 조기 은퇴를 계획한다면 3%~3.5%처럼 더 보수적인 인출률로 계산해보고, 은퇴 이후에도 상황에 맞춰 지출을 조정할 여유를 남겨두는 것을 권장합니다.